나만의 보금자리 / 감사일기

보금자리에 대한 욕구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장소와 건물을 선택하겠지만,

누구의 터치도 없이 안정적인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가

임대가 아닌, 소유가 목표가 되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한 번도 가져본 적 없고, 가질 수 없는 상황인 나에게

심심하면 검색해 보는 장르가 부동산이다

이제는 다른 곳에 더 집중하기 위해

이 감사일기를 쓴다


20대 초반에 독립해서,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온 나는

늘 서둘러 다음집을 알아보며, 현재의 공간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 상황마다 최선의 보금자리였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건물이라,

갑자기 수도가 터진다던지

엘레베이터 없는 3층이라던지

한 번씩 시끄러워지는 '5일장' 시장 앞이라던지

늘 시야에 어지러운 공간이 걸리는 고물상이 뒤편에 있다던지

특별한 난방 시스템이 없는 곳이라던지.......

이런 부족하고 불편한 부분이 많음에도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인 것임에 틀림없다


애초부터, 나의 작업 소음에도 민원이 없을 만한 공간을 찾았기에

이 상가건물을 선택했다

이 건물엔 주거하는 다른 사람들이 없고

오로지 나만, 작업실과 주거공간으로 최상층에 자리하고 있다


뭐 대단한 기계를 돌리거나, 거친 작업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새벽까지 고무망치를 두드리거나, 미싱을 돌렸다가

불편함 호소를 받아본 적이 있기에

꼭 이런 공간이 필요했다


내가 가진 물품들을 다 보관하기에,

전용면적 50평이 조금 넘는 이만한 공간에

이만한 월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장이 코앞이지만,

혼자 거주하는 나에겐 덜 위험한 곳일 수 있다

밤이어도 일정한 조명이 밝혀주고

바로 근처엔 파출소가 있으며, 경찰차를 수시로 본다


확트인 멋진 뷰가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앞 뒤 창에 걸리는 촘촘히 붙은 높은 건물이 없기에

그래도 꽉막혀 답답한 곳은 아니다


원래는 주거공간이었던 이 층을

전체 상가건물로 용도변경하면서

방벽도 모두 트고, 난방시설도 모두 제거한 곳이지만

침실로 쓸 수 있는 벽이있는 1개의 방과

나머지 확트인 넓은 공간에서

이런 저런 난방제품들로 몇년을 살았다


어느날 갑자기, 부가세 10프로를 따로 내라고 하거나

관리비 3만원을 더 내라고 하는 주인이 탐탁치 않았지만,

사업자등록이 되어있는 내가 10프로를 부담하는건 납득이 됐고

관리비는 2만원으로 할인을 받았다

본인이 이 집을 팔기 전까진 월세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그럭저럭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있었던 도시가스 난방시설을 철거하고 남겨진 가스 보일러는

옥상에 외부 가스만 설치하면 난방이 된다고 안내를 받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난방은 하면 안된다는 주인이 정말 어이 없었고

다른 난방제품 사용으로 겨울엔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일정크기 이상의 전기온수기가 설치되어 있어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따뜻한 물을 사용하기엔 적당하기에

계약서에는 적지 못했던 계약 내용을 더 주장하지는 않았다

부동산 소장에게는 확실히 해두었던 내용인데, 집주인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이곳은 바로 앞이 시장이고

주변이 먹자골목이라

한 번씩 배달 알바를 하러 나가기에 좋다


주인 아저씨가 손재주가 좋으신 분이라

각층의 보조등을 센서등으로 교체해 주신다던지

혼자 지낸다고 cctv를 달아 주신다던지

세탁실 문 손잡이도 2회 교체해 주셨다


얼마전에 터진 수도에 연결된 정수기 호스 문제도

부품 사 놓으면 직접 고쳐주시겠다고 하셨다


집주인이 이 건물에 살고 있는게 아니고

불필요하게 자주 연락하시는 분들도 아니라

그런데서 오는 불편함이나 부담감이 없다


이곳은 예전에 농사를 많이 지었던 곳이라

오묘하게 자연과 도심이 어우러져 있어

일반 도시나 번화가보다 공기도 덜 나쁜 것 같다


한 번씩 이상한 집주인 얘기들을 듣게 되는데

이 정도면 이 공간도, 이 소유주도 나에겐 감사한 일이다


겨우 몸만 누일 수 있는 고시원에서도 살아봤고

다섯 식구가 붙어 누우면 거의 꽉차는 좁은 방에서도 살아봤다

내가 살아본 공간 중 지금이 가장 넓은게 사실이다

다른 편의가 부족할수는 있어도

그 이상의 이점이 많은 나만의 공간이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제는 일정 수준의 경제적 능력과 시기가 되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은 이런식의 부동산 검색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만의 보금자리에서

항상 감사하며, 더 생산적인 일에 몰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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