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 대멸종|칙술루브 소행성 충돌과 공룡의 멸종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짙은 어둠과 화재속의 수많은 공룡들의 모습


K-Pg 대멸종


K-Pg 대멸종(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 event, 과거 명칭: K-T 대멸종)은 약 6,600만 년 전 백악기 말에 일어난 대규모 생물 멸종 사건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진 대멸종이다. 이 사건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던 생물종의 약 75%가 자취를 감추었고, 중생대(공룡의 시대)가 끝나고 신생대(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1. 개요

시기 :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팔레오기의 경계, 약 6,600만 년 전이다. 옛 자료에 나오는 6,500만 년 전은 예전 측정값이다.

피해 규모 : 육지와 바다를 가리지 않고 전체 생물종의 약 75%가 멸종했다.

주요 희생자 : 새를 제외한 공룡(비조류 공룡), 익룡, 암모나이트, 모사사우루스·수장룡 같은 거대 해양 파충류가 사라졌다.


2. 이름의 뜻과 변화

K : 백악기(Cretaceous). 독일어 Kreide(분필, 백악)에서 따왔다. 알파벳 C는 이미 캄브리아기(Cambrian)가 쓰고 있어서 K를 쓴다.

Pg : 팔레오기(Paleogene). 백악기 바로 다음 시대이다.

K-T에서 K-Pg로 : 예전에는 백악기와 제3기(Tertiary)의 경계라는 뜻으로 K-T 대멸종이라고 불렀다.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의 공식 지질 연대표에서 '제3기'라는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되면서 지금은 K-Pg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즉 '백악기와 팔레오기 사이에 일어난 대멸종'이라는 뜻이다.


3. 핵심 원인 : 칙술루브 소행성 충돌

소행성 낙하 : 지름 약 10~15km의 거대한 소행성이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부 칙술루브(Chicxulub) 지역에 떨어졌다. 이때 생긴 충돌구는 지름이 약 180km에 이른다.

엄청난 충격 : 충돌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수십억 배로 추정된다.

즉각적인 재앙 : 충돌 지점 주변에 수백 미터 높이의 거대한 해일(메가쓰나미)이 일어나고 강한 지진이 이어졌다. 하늘로 튀어 오른 뜨거운 파편이 떨어지면서 넓은 지역에 큰 산불이 났다.

충돌 겨울 : 대기로 치솟은 막대한 양의 먼지와 황 성분이 수년 동안 햇빛을 크게 가렸다. 황 성분은 충돌 지점의 황이 많은 암석이 증발하면서 나왔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식물과 플랑크톤의 광합성이 멈추었다.

먹이사슬 붕괴 : 식물이 사라지자 식물을 먹는 동물이 굶주렸고, 그 동물을 먹는 육식동물도 차례로 사라졌다.


4. 함께 작용한 원인 : 데칸 트랩

같은 시기 인도에서 수십만 년에 걸쳐 대규모 화산 활동이 이어졌다. 이때 쌓인 용암 지대를 데칸 트랩(Deccan Traps)이라고 한다.

화산이 내뿜은 온실가스와 화산재가 기후 변화를 부추겨 생물들을 이미 약하게 만든 부차적 원인으로 본다. 다만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


5. 결정적 증거 : 이리듐과 K-Pg 경계층

이리듐(Iridium) 이상 현상 : 전 세계 지층에서 백악기와 팔레오기의 경계를 이루는 얇은 점토층에는 이리듐이 일반 지표면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이상 많이 들어 있다. 이리듐은 지구 표면에는 드물고 소행성 같은 우주 물질에 풍부한 원소이다.

충돌 가설의 등장 : 1980년 물리학자 루이스 앨버레즈와 지질학자인 아들 월터 앨버레즈가 이 지층을 분석해 소행성 충돌설을 처음 내놓았다.

함께 발견된 흔적 : 이 경계층에서는 강한 충격을 받아야만 생기는 충격 석영과, 녹았다가 굳은 작은 유리 구슬도 함께 발견된다.

정설로 확립 : 1990년대 초 유카탄반도 땅속에 묻혀 있던 칙술루브 충돌구가 이 충돌의 현장으로 확인되면서, 소행성 충돌설은 학계의 정설이 되었다.


6. 살아남은 생물

포유류 : 몸집이 작고 굴을 파서 숨을 수 있었다.

새(조류) : 새는 공룡의 한 갈래이다. 당시 새들도 대부분 멸종했고, 땅에 살며 씨앗을 먹던 작은 새 일부만 살아남아 오늘날 모든 새의 조상이 되었다.

악어, 거북, 일부 뱀과 도마뱀, 개구리 같은 양서류 : 물속이나 땅속에서 버틸 수 있었다.

곤충, 상어와 많은 물고기도 살아남았다.

양치식물 : 충돌 직후 지층에서는 양치식물 포자가 갑자기 많아지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를 고사리 급증(fern spike)이라고 부른다. 숲이 불타고 무너진 땅에 양치식물이 가장 먼저 돌아온 것이다.

살아남은 생물들은 대체로 몸집이 작고, 먹이를 가리지 않으며(씨앗, 죽은 유기물 등), 땅속이나 물속에 숨을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7. 생태계의 변화와 신생대의 시작

지배자의 몰락 : 육지 생태계의 정점에 있던 대형 공룡들이 사라지면서 지상의 지배자가 없어졌다.

포유류의 시대 : 비어 버린 생태계의 빈자리를 포유류가 빠르게 채우며 다양한 종이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인류로 이어진 길 : 이 대멸종이 없었다면 포유류가 크게 번성하지 못했을 것이고, 인간도 나타나지 못했을 수 있다.


8. 지구 역사상 다섯 번의 대멸종

K-Pg 대멸종은 다섯 번의 대멸종 가운데 가장 최근에 일어났다.


①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 (약 4억 4,500만 년 전) : 빙하기로 바다 생물의 약 85%가 사라졌다.

② 데본기 후기 대멸종 (약 3억 7,200만 년 전) : 바닷물의 산소 부족으로 바다 생물의 약 75%가 사라졌다.

③ 페름기 말 대멸종 (약 2억 5,200만 년 전) : 시베리아의 대규모 화산 폭발로 바다 생물의 약 96%가 사라졌다. 다섯 번 중 규모가 가장 컸다.

④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약 2억 100만 년 전) : 대규모 화산 폭발로 생물종의 약 75~80%가 사라졌다. 이후 공룡이 크게 번성했다.

⑤ 백악기 말 대멸종 (K-Pg 대멸종) (약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생물종의 약 75%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