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슈탈트 심리학의 '완결성'|feat. 카니자 삼각형, 자이가르닉 효과, wrap up



게슈탈트 심리학의 '완결성'

'마무리하다, 끝내다, 정리하다'의 의미를 지닌 wrap up을 공부하면서 게슈탈트의 '완결성'을 접했다.

어디선가 이미지로만 몇 번 본 것 같은 '카니자 삼각형'에 대해서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고 말이다. 그 이미지가 '카니자 삼각형(Kanizsa Triangle)'이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의 썸네일 말이다.

난 사실, 프로이트나 피아제처럼 게슈탈트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 그래서 '게슈탈트의 완결성'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정확하게는 '게슈탈트 심리학의 완결성'이 맞는 말이다.

'형태, 모양, 패턴'이라는 뜻의 일반명사인 독일어 '게슈탈트'가 개념어이고 인지심리학, 발달심리학처럼 그 뒤에 심리학이 붙어 하나의 심리학적 접근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말하는 '완결성(closure)'은 불완전한 형태를 하나의 완전한 형태로 지각하려는 경향​을 설명하는 원리다.

원을 그리다가 한 부분을 살짝 끊어놓아도, 사람은 그 빈틈이 있는 조각들을 따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완전한 원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삼각형의 모서리 세 부분만 살짝 겹쳐 그려놓아도, 실제로 그려져 있지 않은 가운데의 삼각형 윤곽까지 하나의 완전한 삼각형으로 지각하는 것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이 현상을 보여주는 유명한 착시 그림이 바로 '카니자 삼각형'이다.

즉, 우리 눈과 뇌는 불완전한 정보를 그대로 조각조각 받아들이기보다는, 주어진 단서들을 바탕으로 하나의 완전하고 의미 있는 형태로 조직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인간이 세부적인 요소들을 단순히 하나씩 더한 것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요소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 이루는 전체적인 형태를 지각한다고 본다.

퍼즐 조각 하나하나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조각들이 모여 이루어진 전체 그림을 파악하는 것과 비슷하다.

음악을 들을 때도 개별 음 하나하나만 따로 듣는 것이 아니라, 음들이 이어져 만들어내는 하나의 멜로디로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단순히 눈앞에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복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흩어진 감각 정보를 서로 조직하고 연결하면서, 그것에 하나의 의미 있는 형태를 부여한다.

이런 '완결하려는 경향'​은 시각적 형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완성된 도형이 눈에 계속 걸리는 것처럼, 미완성된 일이나 결론나지 않은 이야기는 계속 마음에 남게 된다.

물론 이 둘은 심리학적으로 같은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완결되지 않은 것이 우리의 인지와 마음에 남는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이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이다.

자이가르닉 효과

1920년대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사람들에게 여러 과제를 수행하게 한 뒤, 일부 과제는 중간에 중단시켰다.

그리고 사람들이 완료한 과제보다 중단된 과제를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비롯돼, 완료되지 않은 과제나 중단된 일이 우리의 기억과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르게 되었다.

다만 이후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미완성 과제가 완료된 과제보다 더 잘 기억된다'는 효과가 항상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밝혀졌다.

그러니 자이가르닉 효과를 '끝나지 않은 일은 무조건 더 잘 기억된다'는 법칙처럼 받아들이기보다는, 중단되거나 완료되지 않은 일이 우리의 인지와 행동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현상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쉽게 비유하자면, 끝나지 않은 일은 머릿속에서 계속 '열려 있는 파일'​로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일이 끝나면 하나의 '닫힌 파일'​처럼 정리돼, 그 일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미완성 = 열린 상태 → 계속 신경 쓰임 → 다시 생각하거나 이어서 하고 싶어짐

완결 = 닫힌 상태 → 일단락됨 →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음

시험공부를 할 때 다 끝낸 범위보다, 아슬아슬하게 다 풀지 못하고 덮어버린 문제나 챕터가 머릿속에 박혀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 떠오를 때가 있다.

회사에서 오늘 끝내지 못한 일이 있으면, 몸은 퇴근했는데도 마음은 계속 그 일에 붙잡혀 온전히 쉬기 어려울 때가 있다.

또, 가장 흥미진진하고 중요한 순간에 '다음 회에 계속' 하고 끝나버리는 드라마를 보고 나면, 결말을 알지 못한 채 이야기가 중단된 불편함과 궁금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끝나지 않은 일이나 이야기가 우리의 생각을 계속 붙잡는다는 경험은 꽤 익숙하다.


***

내가 늘, 나 자신이 불안정하고 미성숙하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가 어쩌면 이 '완결'에 이르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어린 시절과 끝맺지 못한 열린 상자를 늘 깊은 창고에 묻어두고, 과부하가 걸린 상태로 좀비처럼 헤매기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닫혀버린 마음을, 어쩌면 완결된 상자로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죽기 전에는.. 내가 딛고 있는 이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용감하게 상자를 열어보고 다시 랩핑까지 하는 마무리를 짓고 싶다.